필자가 놀이치료 또는 인지치료로 만나는 아동들에게 ‘어제 뭐 했어?’ 라고 물어보면 상당수 아이들은 ‘기억 안 나요’ ‘까먹었어요’ 또는 ‘맨날 똑같아요’ 라고 대답하곤 한다.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오늘 학교에서 뭐했어?’ 라는 질문을 자주 들을 것 같고 매번 대답하기가 귀찮을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서 ‘뭐 했는지?'라고 물어보는 것은 일상생활을 자세히 알고 싶어서 라기 보다는 아침에 일어나서 ~~ 하고, ~~ 하고.. 시간의 순서대로 일화기억들을 점검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매일매일은 비슷한 일과가 될 수 있다. 오전시간이라고 가정해 보자. 일어났을 때가 몇 시 였는지, 아침 기분이 어땠는지, 학교 가는 날이라면 등교 준비하느라 바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아침식사는 했는지 등등부터 시작된다.
오전시간은 학교에 있었다면 1교시, 2교시, 3교시, 점심시간 등등 정해진 시간표대로 진행되었을 수 있고 시간표와 달리 변화가 있었을 수도 있다. 재미있었던 순간도 있고 시험이나 발표 등 긴장되었던 시간이 있을 수 있다. 점심시간 이후에 친구들이랑 놀았을 수도 있고 함께 어울리지 못했거나 서로 맘이 안맞아서 속상했을 수도 있다. 오후시간을 지나서, 가족이 다 모이는 저녁시간이 언제인지, 저녁식사 이후에는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일과를 순서대로 표현해본다.
학교를 가지 않는 주말이나 방학기간 또는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일과가 있을 수 있다.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루일과를 펼쳐보면 다양한 감정이 느껴지고,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 부정적인 생각이 들 게 된다. 원하는 것인데 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기 싫은 것인데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동으로 하여금 일상생활에서 한가지 일과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도록 하자. 어린 아동들도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하니? 라고 물었을 때 ‘몰라요’라는 대답이 너무 빨리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하루일과에 대한 되돌아보기 작업은... 혹자는 더 열심히, 더 알차게 살기 위한 목적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 시간 순서대로 떠올려보고 그 때의 생각과 감정을 체크하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

청소년이 세션활동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