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우울하다면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데리고 다니느라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외출을 해도, 집에 있는 아이들부터 ‘엄마, 형아가 때렸어’, ‘엄마, 놀이터 가서 놀아도 돼?’ 하고 핸드폰이 울린다. 초등학생 부모가 되면 이런 저런 모임이 많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정보를 얻고자 바쁘게 일과를 보낸다. 어느덧 중학생 부모가 되면, 부모의 노력만으로 자녀를 변화시키기 어려운 부분들이 하나둘 생겨난다. 학습도, 친구관계도 부모가 나서서 해결해주기 힘들어진다. 아이가 자기방 문을 꼭 닫고, 문 잠그기를 시작하면 청소년이 되고 있다는 신호이다. 자주 문을 잠근다면 이제 부모와 경계를 분명히 원한다는 의미이다.

부모의 젊은 시절 에너지는 거의 대부분 아이들에게 쏟았을 것이다. 부모 생각을 존중하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크게 주장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자식은 아무 소용없다’는 옛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부모 자신의 청소년 시기를 되돌아보자. 부모의 관심이 간섭하고 감시하는 것으로 느껴진 순간이 있었고, 부모 생각이 내 생각과 달라서 울컥 마음상한 적이 있었을 법 하다.

이제, 좀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시점이 되었다. 부모가 밝은 생각을 하고, 행복을 느낄 때 아이들도 행복을 느낄 것이다. 부모가 우울하다면 도움을 받아야 한다. 상당수 사십대 후반 아버지들은 직장생활에서 중압감을 느끼고, 개인 사업자들도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퇴근 후 집에서는 쉬고 싶고 대접받고 싶은 마음이 클텐데 집이 평안하지 못하면 아빠가 어디서 힘을 얻겠는가. 아이들 학교적응이 순조롭지 못할 때 엄마들은 함께 힘들어하고 마음아파 하면서 아이들을 더 재촉하게 된다. 심각한 경우 생의 의미가 엷어지고 전문가 도움이 절실할 수 있다.

삼월, 보이지는 않지만 봄기운이 솔솔 일어나고 있다. 하늘을 쳐다보고, 가로수 잎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우울감이 있다면 부정하지 말고 받아들이는 것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