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신 아동청소년 상담센터
   
  공부가 힘든 아이들(10) - 부모가 대신해줄 수 없는 아이의 몫
  글쓴이 : 김지신     날짜 : 10-12-15 17:21     조회 : 4330    

부모가 대신해줄 수 없는 아이의 몫

 

“누가 나 대신 화장실 다녀와 주었으면(내 볼일 해결해 주었으면)”하는 다소 엉뚱한 바램을 누구나 한번 쯤은 가져보았을 것 같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내가 아이를 대신하여 아파 주고, 추위에 떨어주고, 고통이나 두려움에도 맞서서” 수퍼맨처럼 도움을 주길 원할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든, 자녀 입장에서든 그 누구도 자신을 대신할 수 없다는 외로운 현실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려면 부모-자녀 관계에서도 건강한 경계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2011년 수능 성적결과가 나왔다. 어떤 가정은 결과를 만족스러워 하겠지만, 또 다른 어떤 가정에서는 아쉬움이 남고 누군가를 원망하고픈 마음도 들 수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 공부를 잘 했던 부모들은 자녀가 부모성적에 못 미치거나 공부 자체에 비중을 두지 않을 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반대로, 가정 형편이 여의치 못해 학창시절 공부에 뜻은 있었으나 펼치지 못했던 부모들은 집에서 뒷받침을 해준다는데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아이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공부해라‘는 지시나 훈계일 뿐 부모가 아이를 대신해서 지식을 머리에 넣어줄 수도 없고 학교 가서 시험을 치룰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아이가 실패하거나, 지름길 몰라서 돌아가더라도 아이에게 값진 경험이 될 수 있도록 격려해주면서 독촉자가 아닌 동반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 어렵지만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고1 끝무렵인 경수의 부모는 작년 이맘때 까지만 해도 뛰어난 성적을 받아올 것을 기대하고 학원이나 과외선생님 구하는데 총력전을 벌였었다. 경수는 고등 새학기 초부터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병원진단서가 나올 정도로 거친 몸싸움을 벌이게 되어 이로 인해 학교로부터 징계까지 받게 되었다. 어머니는 경수를 대신해서 친구관계를 해결해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실제로 부모가 대신해 줄 수 있는 몫은 많지 않았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자신의 삶을 누군가가 대신해서 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참으로 적다. 특히 부모가 자녀를 위해 온 힘을 다한다고 하지만, 자녀가 성장할수록 자녀 몫이 훨씬 더 큰 것이다. 아이에게 부모의 입장을 너무 크게 일방적으로 외치기 보다는 아이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고, 아이가 뒷걸음칠 때 안아줄 수 있도록 지킴이가 되었으면 한다.   

 

* 내일신문 제 164호(10.12.19 ~ 12.26)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