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에너지가 있어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정서적 에너지 = 삶의 욕구”임을 강조해왔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머니들도 뭔가 하고 싶다는 욕구가 없다면 우울한 상태이고, 만사가 귀찮으면 누워있거나 짜증을 내게 된다. 대부분 아이들은 ‘놀고 싶다’고 하고, 게임 아니면 만화책 보고 싶다가 단골 메뉴이다. 축구가 좋다는 아이는 반갑다. 가장 슬픈 대답은 ‘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왜 생각이 없을까 하지만, 뭐든지 귀찮다는 아이들을 드물지 않게 본다.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세대는 어렸을 때 지금처럼 학습지가 많지 않았고, 게임기가 손에 쉽게 잡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친구들과 몰려 다니며 놀았거나, 공부한다고 책 펴놓고 딴 생각하고 음악방송에 귀기울였을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어쨌든 과거 세대는 지금 아이들보다 놀만한 것들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정서적인 에너지는 더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서적 에너지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충족감이다. 중학교 1학년 인화는 만화그리기를 좋아한다. 교과서 군데군데 낙서하듯 그림을 그려서 지적도 받았지만, 인화는 그림 그릴 때 가장 즐겁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인화 어머니는 공부하라고 성화이다. 엄마가 공부 훈계를 시작하면 인화는 짜증이 나고, 다시 그림을 그린다. 악순환이다. 중학교 3학년 성규는 공부가 너무 하기 싫다고 한다. 뭐가 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별로 하고 싶은 것이 없다고 한다. 오직 게임만 하고 싶다고 하니 부모가 속이 탄다.

아이든, 부모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있어야, 하기 싫은 것도 참아내고 견딜 수 있다. 특히 공부는 정서적 에너지가 뒷받침되어야 영양가있게 머릿속에 들어가고 활용이 될 수 있다. 무조건 여러 번 쓴다고 단어가 외워지는 것이 아니며, 답을 보고 수학문제 풀이방법을 이해했다고 해도, 억지로 한 것이라면 문제가 바뀌면 다시 모르는 상태로 돌아온다. 내 아이의 정서적 에너지원이 무엇이 될지 찾아보자. 더불어, 부모로서 나는 어디로부터 에너지를 받는지 찾아보자. 어머니의 정서적 에너지가 없다면 자녀가 공부안하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한다.

* 내일신문 제 104호(09.09.29 ~ 09. 10.05)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