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어울리지 못하는 기영
자녀가 친구들과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램은 모든 부모들에게 공통적일 것이다. 실제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즈음부터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함께 하는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런데 요즈음은 또래로부터 경쟁, 갈등관계의 경험을 더 먼저 하고, 차라리 혼자 게임하는 게 더 편하다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어서 안타깝다.
기영이는 중학교 1학년이다. 입학한지 한학기가 끝나가는데 여전히 학교 가면 별 낙이 없다고 한다. 공부도 별로, 선생님도 별로, 게다가 친구들은 더 관심 밖이다. 기영이는 차라리 별로 간섭이 없는 수업시간이 견딜만 하고, 점심시간이면 더 힘들어진다. 밥을 먹지 않고 피신하듯 도서실을 향할 때도 여러 차례. 혼자서 책을 보고 있으면 아이들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서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에도 아이들에 대한 불만이 많았었다. 애들이 좋아하는 게임들은 전혀 흥미가 없었고, 대중가수나 연예인들을 따라하는 아이들 모습이 유치하기만 했었다. 기영이 만의 세계에서 공상소설을 읽거나 판타지 게임을 하는 것이 좋았다. 기영이는 자기 수준에 맞는 친구가 없다고 생각했고 중학교 가면 그런 친구를 한번 찾아봐야지 하고 기대했었다.
그런데 중학교 생활은 더 피팍해졌다. 조별과제는 정말 참여하기 싫고, 아이들과 함께 가는 수련회도 걱정거리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좋아하는 과학과목 이외에는 학업에도 관심이 없어지고, 반복 학습을 회피하다보니 영어나 수학 점수도 점차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청소년들에게 친구란 가족만큼 중요한 의미가 된다. 기영이는 현재 개인상담을 받고 있다. 친구와 어울리는 방법을 배우기 이전에, 자신의 존재와 가치감을 되돌아보고 자기 자신을 더 튼튼이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영이가 친구와 동떨어진 생활을 한 속마음에는 상대와 비교되기 싫고, 자신의 무능력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아이들이 유치하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그 무리 안에서 불편감이 있었던 것이었다. ‘누가 뭐라해도 나는 나다’라는 당당함을 갖추려면 상대방을 인정하고, 자신의 부족함도 받아들이는 진솔함이 함께 있어야 한다. 최근 기영이는 학교생활에 대한 부담감이 줄고, 또래 친구들에 대해 시선을 두고 한발짝 다가가기 시작하였다.
* 내일신문 제 143호(10.07.13 ~ 07.19)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