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물이나 숙제를 챙기지 못하는 지민

자기 물건들을 자주 빠뜨리거나 잃어버리고, 혹은 가방 안에 들어있어도 찾아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종종 만난다. TV나 인터넷 자료에서 비추어지고 있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아동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우울감이 있어서 일상생활 특히 학습 관련하여 무기력하고 해보려는 노력 자체를 하지 않는 아이들도 유사한 양상을 보이곤 한다.

지민이는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엄마의 세세한 보살핌을 필요로 했다. 알림장을 제대로 써오지 못하고, 아침에 가방에 넣어준 연필, 지우개, 심지어 교과서까지 책가방 안에서 없어진 일이 자주 있었다. 등교하는 아이에게 당부를 하고, 모든 물건에 이름을 써 주어도 소용이 없었다. 챙겨주고 잔소리하는 엄마에 대해 아빠는 반대 입장이었다. 아이가 혼자서 해야지, 부모가 대신해 주다보니 책임감이 없어지고 엄마탓을 한다고 받아들였다. 지금 3학년인데, 엄마는 지칠대로 지치고 아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버티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민이 입장에서는 엄마의 당부사항들이 입력되어 유지되기가 어려웠다. 일단 학교에 가면 다양한 자극들에 몰입이 되고 자기 물건 챙기거나 수업 집중하는 일은 뜻대로 안되었다. 집에 오면 나름 긴장하고 참았던 욕구들이 쏟아져 쉬고 싶고 마음대로 놀고 싶었다.

지민에게는 엄마가 아닌 다른 숙제도우미 선생님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시간 단위를 짧게 해서 몇문제 풀고, 잠시 쉬고, 집중을 유지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상을 주고, 신체활동을 통하여 이완감을 풀도록 세심하게 일상생활을 조정하였다. 준비물 챙기는 부분이나 알림장 쓰는 부분은 담임선생님, 짝의 도움을 받도록 하였다. 기분 좋게 학습하기 위해서 아이가 원하는대로 방 분위기도 바꾸었다. 지민이는 주 1회 인지학습치료를 받고 있다. 세션 마무리는 정서적 이완을 돕는 간단한 게임이나 활동으로 진행된다. 지민에게는 교과과정 이해에 앞서 자신의 일상생활 영역에 대하여 스스로 계획하고 준비하고 실행 후 점검하는 과정이 중요한 인지학습 프로그램 내용이다. 엄마의 잔소리, 아빠의 훈계에서의 비효율적인 부분들을 찾아내고 지속적으로 좋은 방법을 향한 노력을 가족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

* 내일신문 제 146호(10.08.10 ~ 08.16)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