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놀이에서는 위아래가 없다

나이 차이가 분명한 형제, 그의 부모들이 함께 놀이나 게임을 할 때 평등한 관계로 진행하기는 어렵다. 항상 형에게 눌리는 동생, 매번 실력 차에 밀리는 아우가 있다. 안쓰럽게 여긴 엄마가 몰래 져주기도 하지만 아이들 눈치에 들통이 난다. 아빠는 정의감에 불타서 아이들 앞에서 실력을 보여주는데, 아이들은 아빠를 이길 수 없다고 무력감에 빠진다. 이 가족에게 주사위를 이용하는 놀이는 친구같은 부모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주사위는 실력이기 보다는 확률 또는 운세이다. 주사위는 참가자 모두에게 공평하다. 놀이치료에서는 이러한 종류의 게임을 우연게임이라고 한다. 주사위, 회전 숫자판, 회전 다트판 등을 이용한다.

게임을 하다보면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표출하게 된다. 그야말로 각각의 성격이 드러난다. 어떤 이는 기분의 좋고 나쁨이 얼굴에 가득 솟아나고, 또 다른 어떤 이는 감정이 억제되어 항상 포커페이스이다. 가족들이 함께 게임을 한다면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긴박감이 흐를 것이다. 아빠가 꼴찌를 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연합하여 부모팀을 물리치면서 승리감을 맛보는 것 또한 소중한 경험이다. 치료실에서 청소년들은 주사위를 보면 처음에는 시시하다고 한다. 청소년들에게는 주사위 게임판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게임판 내용을 보면 자신의 인생경험이 녹아들어있다. 시험공부 해야 하니 두 번 쉬세요, 지각했어요 뒤로 10칸, 출발점으로, 지옥, 블랙홀, 무인도 등등 이런 저런 함정에 빠지게 만들고 좋아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이렇게 만든 게임판으로 다른 초등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 부모가 함께 하는 주사위놀이 추천 빅3

(1) 사다리 게임

게임판에 1부터 100까지 숫자가 연결되어있음. 해당 칸에 사다리가 있으면 올라가고, 미끄럼이 있으면 내려옴. 아이디어를 동원해서 더 재미있게 창의적으로 만들어볼 것.

(2) 트러블 게임, 야구 게임, 윷놀이

4명까지 할 수 있으며 각자 다른 색의 말들을 이용하여 도착점까지 먼저 도달하면 이기는 게임. 상대방 말을 잡으면 원점으로 돌려보내는 묘미가 있음.

(3) 주사위를 변형한 게임

주사위 숫자를 6보다 크게 또는 마이너스 숫자를 쓰기도 하고 연산기호를 적어 넣기도 함. 가족이 함께 규칙을 정하고, 목적지에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이기도록 진행함.

활짝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친구같은 부모의 느낌에 더 가까이갈 수 있을 것이다.

* 내일신문 제 89호(09년 6월 9일~6월 15일)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