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싫어하고 만화책만 찾는 아이들

  예나 지금이나 만화책은 인기가 높다. 지금 부모 세대도 어렸을 때 만화책을 즐겨 읽었을 것이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만화책을 숨겨서 들추었던 경험, 방문닫고 만화책 읽다가 밖에서 부모님 인기척이 들리면 얼른 감추고 다른 책을 펼쳤던 경험이 있을 듯하다.

예전의 만화책은 주로 순정만화 또는 명랑만화, 원작 동화를 만화로 만든 것들이 주류였다. 지금은 어떠한가. 교과서 만화가 초등학교 전과정을 다루고 있고, 역사만화는 기본이고 과학만화, 한자만화, 심지어 수학학습을 위한 만화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들의 흥밋거리를 공감해보려고 여러 만화책들을 읽어보았다. 순정만화나 명랑만화는 재미있고 감동이 있는 반면, 교과서만화, 수학이나 과학을 다루는 만화를 볼 때는 차라리 분명하고 자세하게 개념설명을 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어쩌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개념설명은 건너 뛰고, 주인공들의 이야기 흐름을 위주로 읽을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만화책은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매체임에는 틀림없다. 만화책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화를 통해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글을 천천히 읽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논리력이 성장한다. 어떤 과목이든 문제를 읽고 충분히 이해해야 올바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초등 5학년 성진이는 문제를 제대로 읽지 않고 대충 읽는 습관이 있다. 문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밀하게 읽기 보다는 몇몇 단어를 통해 대충 내용을 조합하여 문제를 푼다. 따라서 실수가 잦고, 풀이과정을 쓰라고 하면 질색을 한다.

요즈음 아이들은 기다리기를 지루해 하고, 컴퓨터 처리속도가 조금만 느려도 성화이다. 책 한권을 읽으라고 하면 내용 보다는 글씨가 크고 그림이 많고 페이지가 적은 책을 고른다. 글이 촘촘한 책을 읽기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빨리 결과를 보고자 하는 체질이 한가지 이유가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양적인 책읽기나 성과위주의 보상 보다는 천천히 생각할 여유를 주고, 답이 없는 막연함을 견디는 경험이 필요하다. 책이 두꺼워서 부담스러워 한다면, 짧은 글도 괜찮다. 이와 더불어 만화책을 통하여 정서를 풍부히 하고 스트레스를 풀고, 대리만족을 하는 것은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