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부모들은 자신이 살아온 과거사보다 자녀가 더욱 실력을 인정받고 풍요롭게 살아가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부모의 간절한 소망이 오히려 자녀에게 부담이 되고, 자녀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렸을 때 다정하고 친밀했던 관계가 점점 소원해지는 모습을 자주 본다.

부모는 자녀를 출산하여 돌보고(care), 보호하며(protect), 양육하여(nurture) 독립시키는(launching) 역할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양육과 교육에 대한 부모의 신념이 중요하다. 하지만 자녀가 부모의 뜻대로 따르는 소유물이나 로봇이 될 수는 없다. 자녀는 성장할수록 자기주장을 하고, 부모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된다.    

초등 2학년 정현엄마는 만성피로감을 호소한다. 아침에 아이를 깨우는 일부터 전쟁의 시작이고, 등교준비 겨우 해서 보내놓고도 걱정이 많다. 하교 이후 알림장보고 준비물 챙기기, 학원 보내기, 숙제 지도, 식사, 잠 재울 때까지 무엇 하나 엄마의 손길이 안가면 엉망이라고 한다. 정현엄마에게는 자녀에게 자율성과 책임감을 키우는 방법, 모가 마음 편히 휴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등 2학년 인수어머니는 인수가 학원을 자주 빠지고 친구들과 어울려서 PC방, 노래방을 다니는 것이 너무 속상하다. 어머니는 경찰관처럼 아이의 하루를 추적하고, 아이는 날쌘 도둑처럼 경찰망을 벗어나고 있다. 어머니는 정신적으로 쉼이 없다. 자식을 잘못 키웠다는 자괴감이 든다고 한다. 인수어머니는 중학교 때부터 학교생활에 힘든 신호를 여러번 보여왔던 아들에게 인자한 어머니역할 보다는 훈육교사의 역할을 더 많이 해왔던 것 같다.  

부모의 삶에서 자녀가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함에는 틀림없지만, ‘부모의 삶 = 자녀’ 의 등식은 너무 서글프다. 부모에게는 자녀를 돌보고 교육시키는 역할 이외에 부모 자신을 되돌아보고, 부모가 원하는 방식대로 인생을 꾸려갈 여유가 있어야한다.   

따라서 부모의 에너지 충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OO이 어머니로서의 지위를 잠시 내려놓고, 김OO 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떠올리고, 그 이름을 불렀던 친구들, 형제들과의 어린 시절 모습들을 기억해보자. 4월의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따스한 햇살을 쬐며, 여린 새잎들을 들여다보면서 어떤 인생을 살아가길 원하는지 궤도를 점검해보자. 그 속에서 부모로서의 ‘나’와 ‘내 자녀’가 앞으로 50년 동안 어떤 유기적인 관계를 가질 것인지 설계해보자.

  * 내일신문 제81호 (09년4월14일~4월20일)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