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앞장서는 가족나들이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불경기에 휴가비용이 부담이 될 수 있고,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는 쉬어도 되는지 맘이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휴가 계획을 생각하면 부모도 가슴이 설레인다. 언제 어디로 떠날까?

여름 휴가 뿐만 아니라 요즈음 가족들은 주말, 공휴일에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자주 한다. 상담 과정에서 아이들이 주말에 놀러 갔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어디를 갔는지 물어보면 숙박시설 이름(예를 들어 OO콘도요)은 아는데 위치를 모르거나, 그냥 재미있었어요 이상의 대답을 못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초등학생이라면 행선지가 어디인지, 그 주변에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지 충분히 검색하고 계획할 수 있다. 학원 숙제를 챙기기 보다는, 가족 나들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앞장설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현수는 초등학교 6학년이고 동생 인수는 4학년이다. 둘은 연장 개통된 중앙선의 종점 국수역에 가서 청계산을 구경하는 계획을 하였다. 엄마, 아빠는 수행원이자 도우미로 따라 가는 것이고 출발에서 도착까지 모든 과정을 아이들이 앞장서기로 하였다. 아이들에게 부모의 도움없이 스스로 찾아다니도록 주도성을 키워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학습보다 중요하다. 가족 나들이라고 해서 값비싼 놀이동산이나, 복잡한 도심의 영화관을 가야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부모가 운전하는 승용차만을 타고, 대중교통에 대해 모르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현수네 가족은 나들이를 성공적으로 즐기면서 다음 나들이 계획에 들어갔다.

아이들은 가족 나들이를 계획하는 과정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가족이 함께 하려면 자신의 뜻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가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즐거움을 공유하도록 선택하려고 노력한다. 아빠가 낚시를 좋아해서 낚시터에 갔는데 다른 가족이 지루해할 수 있고, 엄마가 온천여행을 고집했는데 아이들이 뜨거운 물을 싫어할 수 있다. 매번 아이들이 가족나들이를 앞장설 수는 없지만, 기회를 가져보자. 아이들을 신뢰하고, 아이들의 능력에 맞게 기회를 주고 기다려보자.

* 내일신문 제 93호(09년 7월 7일 ~ 7월 13일)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