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자란 자녀들과 키를 대어보자

잠든 아이들 모습을 보며 문득 성큼 자랐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떤 의미에서 부모는 자녀의 연령과 비례하여 눈높이를 두고 있다.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임신부와 어린 아기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 아이가 자라나서 유치원 다닐 즈음이면 엄마의 관심사도 7살에 집중된다. 중학생 부모는 중학생 모습이 눈에 더 들어오고, 고등학생 부모는 고등학생 교복이 생생하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첫 번째로 성장이 빠른 시기는 아기 때이고, 두 번째 성장 급등기는 사춘기이다. 이 때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조숙해 보이고 체격이 더 큰 경우도 자주 있다. 초등 고학년 자녀를 둔 부모라면 아이와 키와 몸무게를 비교해 보자. 발크기도 재어 보고, 손도 맞대어보자. 수치상으로 부모를 넘어선 성장을 보일 때 아이들은 의기양양해지면서 부모를 앞서는 기분을 느낀다. 정기적으로, 적어도 6개월에 한번씩 체격을 비교해 보고 사진을 남기는 것도 흥미롭다. 체격과 더불어 체력도 비교해 보자. 함께 등산을 하면 아이들은 엄마보다 먼저 산에 오르고, 가볍고 재빠르게 내려온다.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은 가볍게 철봉에 매달리는데 엄마는 몸이 너무 무겁다.

초등학교 6학년 연화 어머니는 친구같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시는 분이다. 연화 어머니는 연화와 함께 가까운 문구점, 대형마트, 사우나를 자주 간다. 연화는 엄마보다 키가 5센티미터 정도 더 크다. 요즈음 모녀는 밤시간에 운동하는 파트너가 되었다. 밝은 불빛 아래서 배드민턴을 치고, 줄넘기를 하며, 강아지까지 데리고 나와서 산책을 즐기기도 한다. 아빠도 멋진 데이트 파트너가 된다.

부모는 학교에서 별일 없었는지, 학원 숙제 빠뜨리지 않았는지, 학원 시간에 늦지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매니저 그 이상의 존재여야 한다. 학습문제에 매달리다 보니 따스한 관계이기 보다는 확인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부모의 힘으로 아이들을 언제까지 제압하고 감시하며 다스릴 수는 없다. 성큼 자란 아이들은 이제 부모가 숨차고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존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