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학습매니저인가
지하철, 쇼핑센터 또는 커피집에서 엄마들이 자녀에게 전화하는 모습을 흔히 본다. 통화내용이 거의 비슷하다. 학원갈 시간이다, 선생님 오실 시간이다, 숙제는 다 했니... 로 이어진다. 언제부터 엄마들이 이렇게 자녀의 학습 시간과 과제를 챙겨주는 매니저가 되었는가.
얼마 전,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부모가 함께 찾아왔다. 주 호소문제는 아들이 약속을 안지킨다는 것이었다. 어떤 약속인지 내용을 물었더니 공부를 하겠다고 정한 분량을 못지키고, 게임시간을 초과한다는 것이었다. 중학교 2학년이면 당연히 게임을 많이 하고 싶고, 놀다보면 공부에 소홀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원칙주의적인 어머니는 속이 타서 상담실을 방문한 것이다. 그 부모에게는 약속 이행여부를 점검하는 역할 이전에, 자녀가 공부하기 힘들어하는 부분에 대해 격려해주고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정하여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역할을 제안하였다.
부모가 자녀의 학습을 돕고, 관리해주는 역할은 중요하다. 학습매니저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반드시 부모로서 되돌아볼 체크리스트가 있다. 첫째, 내자녀 제대로 알기 둘째, 자녀와 양방향 대화나누기 셋째, 부모입장 보다는 자녀입장에서 이해해주기이다. 부모로서 지키기 쉬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중학교 3학년 현아 어머니는 자녀학습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고 관련된 교육특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현아의 심리적, 인지적 특성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안되었다는 점이다. 현아는 엄마의 제안이 모두 자신을 위한 것임은 인정하지만, 잔소리로 들려서 받아들기는 커녕 짜증을 내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상당수 아이들이 성적 저하를 호소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부모의 감시만으로 아이를 공부잘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녀의 학습을 도울 때 자녀의 특성과 반응에 따라 부모가 유연하게 대처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와 병행하여 따뜻한 격려자, 푸근한 이불 역할을 하는 것이 부모의 지혜라고 생각한다. 요즈음 일부 청소년들은 엄마 전화가 울리면 피하고 싶어한다고 한다. 왜 그럴까? 매몰찬 학습매니저가 아닌지 되짚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