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부모들이 공부를 뛰어나게 하는 아이는 성격이 원만하지 않다던가, 아니면 놀이와 공부는 반대라는 생각을 한다. 실제로는 정서와 인지적 기반 둘 다 갖추어져야 학습능력이 결실을 이루게 된다. 정서란 즐거움, 슬픔, 분노, 두려움 등을 느끼는 것이며, 이러한 기분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조절하는 능력을 EQ라고 한다. 한편 인지는 보고, 듣고, 맛보고, 만져보는 등 감각을 통해 다양한 자극을 받아들이고 정보처리과정을 거쳐서 사고하고 내면화시키는 기본 과정을 의미한다.

지능이 120이상이며 인지적 기반이 갖추어져 있음에도 학교성적은 하위권이고, 학습문제로 부모와 갈등이 심한 사례를 드물지 않게 본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무기력한 아동은 실제 학습상황에서 성취동기가 낮고, 인내력이 부족하여 자신감을 잃고 본인의 잠재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 초등4학년 석민

석민은 좋아하는 과목인 영어, 과학은 잘 하지만 국어, 사회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관심이 없으면 공부를 하지 않는다. 수학 개념이해는 빠른데, 실수가 잦아서 성적은 중위권이다. 어머니가 재촉하고 더 많은 학습을 요구하면서 아이와 갈등이 더욱 심해졌다. 석민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에 관심이 별로 없고, 원하는 일이 뜻대로 안되면 성마르게 못참고 짜증을 낸다. 최근 개인평가를 받은 결과, 지능이 134인데 학습에 대해 무기력감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지능이 120 이상이기를 원한다. 아이들을 상담하면서, 그들이 성장하여 청소년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학습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아동의 잠재능력, 아동에 대한 이해 그리고 정서적 안정, 안락한 가정, 격려해 주는 교사, 그리고 상담자 등 많은 받침대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초등학교 시기에 학습에 대해 긍정적인 관심을 갖고, 기분 좋게 모르는 것을 탐색해가는 즐거움을 경험하는 아이들이 학습 마라톤에서 끝까지 완주한다.

내일신문 제55호(2008년 10월 7일~13일)에 개재한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