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우울하다’는 표현은 아직 익숙치 않는 듯하다. 아이들이 뭐가 우울하지? 돈을 벌어오라고 하나 아니면 책임져야할 큰 일이 있나, 그저 학교다니고 공부하면 되는데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학교생활, 또래관계, 학습 등에서 힘든 경험들을 호소하고 있다.

우울한 아이들은 스스로 ‘나 우울해요’라고 표현하지 못한다. 성인은 우울해지면 매사에 의욕이 없어지고 일상적인 일들도 하기 싫어진다. 어떤 것에도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한다. 이에 비해서 아이들은 우울하면 귀찮아하는 일이 많고 짜증을 낸다. 호기심이 사라져서 동기부여가 안되며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성적이 떨어진다. 또한 그 연령시기에 좋아하는 대중문화나 놀이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초등 2학년 인영이는 엄마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 항상 뚱한 표정이고, 몸이 무겁고 움직이는 것을 귀찮아한다. 알림장도 빠뜨리기 일쑤이고 숙제도 시키지 않으면 안하니 인영모는 하루하루 챙겨주다보면 혼을 내거나 매를 드는 일도 자주 있다. 인영이 학습이 걱정이 되어 심리평가를 받았는데, 인영이가 우울감이 크고, 기민성이 떨어져서 과제수행이 어려운 상태라는 결과를 받았다.

인영은 심리치료를 받기 시작하였다. 치료를 받으면서 인영은 표정이 밝아지고, 심한 무기력감에서 점차 벗어나고 말수가 많아지고 있다. 어머니는 인영에게 혼내거나 다그치기 보다는 인영의 심리상태를 고려하여 애정적이고 수용적인 역할을 하도록 부모상담을 받고 있다. 5학년인 인영 오빠도 지능은 뛰어난데 학습에 대한 무기력감을 보여서 어머니가 예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