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가 지겨워요
내 아이는 언제부터 영어공부를 시작했나. 지금 영어공부를 흥미롭게 하고 있는가.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라면 대부분 어릴 때부터 시작했으며 때로는 지겹고 하기 싫어한다고 대답할 듯하다.
정작 영어공부의 맛을 느끼기도 전에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먼저 경험하는 아이들이 상당수이다. 왜 그럴까? 관심거리가 있을 때 우리말 아닌 다른 언어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궁금해하고, 찾아보고, 어설프게 사용해보고, 다른 표현을 찾아보고.. 이런 방법으로 외국어를 학습한다면 훨씬 흥미로울텐데 지금의 공부 방식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자녀가 영어학원에 갔다 왔는지, 숙제를 다 했는지를 확인하기 이전에 어떤 내용을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에 더 관심을 두었으면 한다. 영어공부를 좋아하고 기본적인 집중력과 학습능력을 갖추었다면 내적으로 동기화가 되어 영어학습이 발전해간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자주 있게 마련이다.
초등 4학년 우현이는 유난히 영어 단어가 외워지지 않는다. 눈으로 확인하고, 입으로 따라 읽고, 손으로 몇 번씩 쓰면서 익히지만 덮으면 금새 잊혀진다. 단어지각과 암기가 안되니 문장도 자신이 없고, 영어학원 레벨테스트에 공포증이 생겨버렸다. 중학교 1학년인 영선이는 초등 5학년까지는 영어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 남들보다 이해가 빠르고 듣기도 잘 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문법 공부 시작하면서 영어에 대한 불만이 생기고, 매번 문법 문제를 놓치다보니 점수가 계속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누구나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똑같이 노력을 해도 결과가 같지 않음을 부모는 수용해 주어야 한다. 영어를 읽다보면 당연히 우리글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문맥이 잘 이해가 되지 않으면 빨리 덮거나 해석을 보고 싶어진다. 시험 상황에서는 주어진 시간에 빨리 문맥을 파악하고 답을 가려내는 기술이 필요하겠지만, 기초를 형성하는 단계에서는 천천히 의미를 되짚어보는 느림의 철학이 영어공부의 뒷심이 아닐지. 그리고 막연하게 ‘나중에 필요하다’. ‘영어 모르면 취직 못한다’ 식으로 훈계하기 보다는 외국어를 통해 아이가 가질 수 있는 풍요로움을 아이의 눈높이로 쉽게 설명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