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신 아동청소년 상담센터
   
  상담사례 시리즈(5) - 엄마를 미워하는 윤진
  글쓴이 : 김지신     날짜 : 10-07-07 11:13     조회 : 3538    

엄마를 미워하는 윤진

 

누가 누구를 좋아하거나 미워하는 감정은 상호적일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엄마를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 미워하는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동에 따라서는 엄마와의 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이후의 적응에 큰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다.

윤진이는 어린이집에 보낼 때 첫날부터 엄마와 쉽게 분리되었다. 순하고 적응적인 아이로 생각했는데 엄마랑 한글, 숫자 공부를 시작하면서 짜증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엄마는 6살이면 공부를 시작하는 나이라 생각하고 엄한 표정을 짓고 책상 앞에 억지로 앉히거나 때로는 큰소리를 치기도 하였다. 버릇을 들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금 윤진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다. 윤진이가 수업을 잘 따르지 않고, 멍하게 있으며 또래와도 어울리지 못한다고 담임선생님이 상담을 권유하셨다. 엄마 말을 지독히 안듣고 엄마를 싫어한다는 점은 알고 있었으나, 학교적응이 심각하게 어렵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윤진엄마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였으나, 본인이 옳다는 신념이 있으면 아이의 의사는 무시하였다. 다 받아주면 버릇없어지고 자기 고집이 세어질 것이라고 판단해서였다. 윤진이는 엄마가 무서워서 어렸을 때부터 엄마 앞에서는 순종적이었다. 어린이집에서 자기보다 약한 아이가 있으면 함부로 대하고, 자기보다 강한 친구나 선생님에게는 꼼짝 못하는 상황이 누적되면서 정서조절능력이 건강하게 발달하지 못했다. 엄마와 결정적으로 부딪힌 것은 학습문제였다. 8살이 된 윤진이는 엄마를 회피하고, 학교에서 지낸 일에 대해 엄마에게 말하려하지 않으며, 학습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와 경험들이 쌓이고 있었다.

상담은 먼저, 엄마의 태도변화에 초점을 두었다. 아이의 속마음을 헤어려주도록 제안하고 잔소리나 훈계의 비효율성에 대해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였다. 어떤 아이들이라도 커가면서 순종에서 불순종, 반항을 보이는 시기가 있다. 엄마의 노력이나 상담적 중재 없이는 현재의 상황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나빠질 수 있다. 이제 엄마와 아이는 변화를 위한 중요한 시작점에 서 있는 셈이다. 중등 1학년에 학습이나 또래관계로 엄마와 사이가 최악으로 나빠진 청소년들을 자주 만난다. 초등 1학년, 엄마와 아이가 서로 좋아하는 관계, 소중한 그 관계를 위하여~~.

 

* 내일신문 제 142호(10.07.06 ~ 07.12)에 게재된 내용입니다